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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Hacks

중계권료의 마법: 프리미어리그(EPL)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리그가 된 경제적 배경

영국 축구가 전 세계 돈을 쓸어 담는 비결: 중계권료의 마법이 만든 천문학적 경제학

해외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누구나 스페인의 라리가, 이탈리아의 세리에 A, 그리고 영국의 프리미어리그(EPL) 같은 유럽 빅리그 경기를 자주 챙겨보실 겁니다. 그런데 매년 이적 시장이 열릴 때마다 아주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벌어집니다. 영국의 프리미어리그는 강등권에 간당간당하게 걸쳐 있는 중하위권 팀들조차 수백억 원의 이적료를 펑펑 쓰며 스타 선수를 사 오는데, 다른 리그의 명문 팀들은 돈이 없어서 허덕이는 모습 말이죠.
"대체 영국 축구는 왜 이렇게 돈이 차고 넘치는 걸까? 영국 구단주들이 다 부자라서 그런가?" 하고 궁금해하셨을 텐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EPL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리그가 된 진짜 비결은 구단주의 개인 주머니가 아니라 바로 '중계권료의 마법'에 있습니다. 전 세계 방송사들이 EPL 경기 화면을 한 번 송출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돈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EPL이 어떻게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이 중계권료라는 거대한 돈줄이 어떻게 리그 전체를 황금 제국으로 만들었는지 아주 편하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전 세계 직장인들을 저격한 시간대의 비밀과 마케팅의 천재들

EPL이 처음부터 이렇게 돈이 많았던 것은 아닙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영국 축구는 거칠고 낡은 시설 때문에 이탈리아 리그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1992년 '프리미어리그'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이들은 축구를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전 세계에 판매하는 '엔터테인먼트 상품'으로 정의하고 무서운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천재적이었던 전략이 바로 '경기 시간대 배치'입니다. 다른 유럽 리그들은 현지 관중들이 경기장에 오기 편한 늦은 저녁 시간에 경기를 치렀지만, EPL은 과감하게 낮 12시나 오후 1시 같은 이른 시간대에 메인 경기를 배치했습니다. 영국 낮 시간은 아시아 국가(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 팬들이 토요일, 일요일 밤 치맥을 먹으며 보기 딱 좋은 황금 시간대였고, 미국 팬들에게는 주말 아침 브런치를 먹으며 즐기기 좋은 타이밍이었습니다. 전 세계의 시청 인구를 전방위로 흡수할 수 있는 완벽한 판을 짠 것이죠. 화면의 색감, 카메라 앵글, 잔디 상태까지 한 편의 영화처럼 예쁘게 연출해 내면서 전 세계 방송사들이 수조 원의 돈을 싸 들고 "제발 우리 방송사에서 EPL을 중계하게 해달라"고 줄을 서게 만들었습니다.

2. 꼴찌에게도 수천억을 퍼주는 EPL만의 똑똑한 배분 경제학

EPL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중계권료로 벌어들인 그 엄청난 돈을 동등하게 나누는 '상생의 룰'에 있습니다. 스페인 라리가 같은 경우는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같은 인기 명문 팀들이 중계권료의 대부분을 독식해 가는 구조입니다. 그러다 보니 강팀과 약팀의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해져서 리그의 재미가 떨어지기 쉽죠.
하지만 EPL은 다릅니다.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천문학적인 중계권료의 절반 이상을 리그에 속한 20개 구단에 똑같이 나누어 줍니다. 여기에 리그 성적에 따른 보너스와 TV 중계 횟수에 따른 수수료를 덧붙여서 최종 금액을 정하죠. 이 독특한 시스템 덕분에 EPL에서는 리그 최하위로 강등당하는 꼴찌 팀조차 1년에 중계권료로만 1,500억 원이 넘는 돈을 챙겨갑니다. 이 돈은 다른 유럽 리그의 웬만한 명문 팀 전체 예산과 맞먹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꼴찌 팀도 돈이 많으니 매 시즌 좋은 선수와 감독을 데려와 강팀을 위협할 수 있게 되고, 리그 전체의 경기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어느 경기를 봐도 꿀잼"이라는 강력한 흥행 보증수표를 완성하게 된 것입니다.

3. 돈으로 도배된 축구 제국을 보며 드는 나의 솔직한 생각

저는 주말마다 숨 막히는 EPL 경기들을 챙겨보면서 중계권료가 만든 축구의 자본주의가 정말 무섭고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매번 합니다. 솔직히 가끔은 돈의 힘이 너무 강해지다 보니 전통 있는 다른 나라의 리그들이 완전히 고사당하는 것 같아 축구팬으로서 우려 섞인 시선이 들기도 합니다. 모든 월드클래스 선수와 명장들이 오직 영국으로만 몰려가는 현상이 스포츠 생태계 전체를 보면 마냥 건강해 보이지만은 않으니까요.
하지만 소비자의 관점, 즉 축구를 즐기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EPL의 천문학적인 중계권료 비즈니스는 우리에게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완벽한 시스템임이 틀림없습니다. 중계권료로 번 돈이 다시 선수들의 엄청난 몸값과 연봉으로 흘러 들어가고, 그 덕분에 우리는 매주 지루할 틈 없는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 묘기를 안방 구석에서 편하게 직관할 수 있으니까요. 자본이 스포츠를 어디까지 화려하게 만들 수 있는지 그 끝판왕을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EPL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들이 이 중계권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중계권료 규모가 어디까지 더 천문학적으로 치솟을지, 그 자본의 규모를 상상해 보는 것도 축구를 보는 또 다른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